박완서의 일상의 기적 > 자유 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

박완서의 일상의 기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점동 작성일21-04-30 11:17 조회1,466회 댓글0건

본문

일상의 기적

                   소설가  박완서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

예전에 싱겁게 웃어 넘겼던 그 말이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아프기 전과 후’가 이렇게 명확하게 갈리는 게 몸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얼마 전에는 젊은 날에 윗분으로 모셨던 분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

몇년에 걸쳐 점점 건강이 나빠져 이제 그분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빡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민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명성을 날리던 분의 그런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한때의 빛나던 재능도 다 소용 없구나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지금 저분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는 등 그런 아주 사소한 일이 아닐까.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대개는 너무 늦은 뒤라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며 무리를 한다.

​

땅 위를 걷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 줄 알고 말이다.

​사나흘 동안 노인네처럼 파스도 붙여 보고 물리치료도 받아 보니 알겠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이지만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감사한 일임을 이번에 또 배웠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 감사하며 살자!

​지금, 감사를 느끼고 계시는지?

​

우리들이 입으로는 감사를 외치지만 진정으로 느끼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안구 하나 구입하려면 1억이라고 하니 눈 두개를 갈아 끼우려면 2억이 들고

​신장 바꾸는 데는 3천만원, 심장 바꾸는 데는 5억원, 간 이식 하는 데는 7천만원,

​팔다리가 없어 의수와 의족을 끼워 넣으려면 더 많은 돈이 든답니다.

지금! 두 눈을 뜨고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몸에 51억원이 넘는

재산을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

도로 한 가운데를 질주하는 어떤 자동차보다 비싼 훌륭한 두발 자가용을 가지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는 기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런 사고로 앰뷸런스에 실려 갈 때 산소호흡기를 쓰면

한 시간에 36만원을 내야 한다니 ​눈, 코, 입 다 가지고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면서

공기를 공짜로 마시고 있다면 하루에 860만원씩 버는 샘입니다.

​

우리들은 51억짜리 몸에 하루에 860만원씩 공짜로 받을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요?

​그런데 왜 우리는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건 욕심 때문이겠지요.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기쁨이 없고,

기쁨이 없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

감사하는 사람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고, 감사하는 사람은 행복이라는 정상에

이미 올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잎 클로버는 행복!

네잎 클로버는 행운?

​행복하면 되지 행운까지 바란다면 그 또한 욕심이겠지요.

​

오늘부터 지금부터 숨 쉴 때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모두들 힘냅시다. 그리고 오늘을 감사하게 삽시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유 게시판

Total 15건 1 페이지
자유 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5 도산 좌우명 '愛己愛他' 친필 공개 2005-08-11 차동박 2022-04-24 1281
14 작은 선행 조점동 2021-05-12 1443
13 강철의 값어치 조점동 2021-05-12 1480
12 두더지 조점동 2021-05-10 1365
11 해와 달이 본 것 조점동 2021-05-10 1322
10 돈이 얼마나 있어야 기부할 수 있는가? 조점동 2021-05-10 1314
9 함평 나비축제 조점동 2021-05-07 1357
8 사막의 샘물과 나무 조점동 2021-05-07 1301
7 대장이 되려는 꿈 조점동 2021-05-07 1362
6 찬성과 반대 조점동 2021-05-04 1331
5 행복의 조건 조점동 2021-05-03 1330
4 우분트! 조점동 2021-05-02 1311
3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 조점동 2021-05-01 1330
2 화분 하나 조점동 2021-04-30 1346
열람중 박완서의 일상의 기적 조점동 2021-04-30 1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