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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처음 만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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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09-10-23 08:06 조회2,6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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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3 처음 만난 곳

 결혼한 지 3년 된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직 아이가 생기지는 않았는데, 부부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면서 싸우기에 바빴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만나기만 하면 다투고 언쟁을 하기 일쑤니, 이렇게 살 바에야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자 서로 부모님에게 이혼을 허락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양가 부모님들은 어림도 없었습니다. 둘이 사이가 나빠졌다고 이혼을 하기로 들면, 우리는 수백 번도 더 했을 것이라며 그냥 살라고 했습니다. 젊은 부부는 할 수 없이 양가 부모님을 잘 알고 주례를 서준 분을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부모님께 잘 말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주례 선생님은 따라 나서라며 앞장을 섰습니다. 차를 타더니 처음 만났던 곳이 어디냐고 했습니다. 학교 앞 분식점이라고 했더니 주례 선생님은 차를 그리 몰았습니다.
 얼떨결에 학교 앞 분식점에 들어갔더니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이었던 두 사람이 만나면, 겨우 분식점에 와서 라면이나 우동을 먹으면서 행복했던 곳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늘 앉았던 구석진 곳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았습니다. 주례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옛날 두 사람은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놓고도 서로 더 먹으라며 양보했을 것이고, 상대방이 말하면 열심히 들으면서 까르르 까르르 웃어 주었을 것이며, 어떻게 하면 상대방 기분이 좋게 할까 온갖 짓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랬습니다. 두 사람은 어려운 경제적 사정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했고, 틈을 내서 만나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위해서 무엇이든 해 주었습니다. 만나기만 해도 좋았고, 배가 고파도 둘이 함께 걸으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습니다. 한 시간 후, 두 사람은 굳게 잡은 손을 흔들면서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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