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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산 바람소리 1. 건물 입구로 내려준 빈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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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10-09-11 09:27 조회2,4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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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산 바람소리 365
1-1-1 건물 입구로 내려 준 빈 그릇

 자유로운 일을 하는 작은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출근도 자유롭고 퇴근도 마음대로 하는 곳이었습니다. 매일 9시만 되면 어김없이 출근하는 여직원 한 사람을 빼고는 아무 때나 편리한 때 출근합니다.
 그래도 12시만 되면 인근에 있는 중국음식점에 주문해서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승강기가 없는 4층까지 걸어서 배달하고 몇 시간 후에 빈 그릇을 챙겨가는 소년이 있었는데, 늘 헐레벌떡 뛰어 다녔습니다. 사무실 밀집 지역이라 식사 시간에는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년은 늘 웃는 낯으로 부지런히 뛰어 다닙니다.
 어디나 그렇듯 식사 후 빈 그릇은 바닥에 깔았던 신문지로 감아서 문밖에 내 놓으면 그만입니다. 늘 그랬고 다 그러니 이상할 것도 없고 당연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 사무실의 빈 그릇 자리가 건물 맨 아래층 입구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늘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뛰어 다니는 소년을 가엽게 본 여직원이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까하고 생각한 결과였습니다. 그 후에 소년은 빈 그릇을 찾아 갈 때, 4층까지 뛰어 오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이 사무실의 아름다운 사람들이 1층까지 내려주는 수고를 나눈 덕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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