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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급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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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22-06-11 21:05 조회9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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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덴마크에 있는 한 최고급 호텔에 묵게 되었다. 약 100년이 넘었다고 하는 최고급 호텔이라고 해서 몹시 긴장하고 갔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겉보기에는 유럽 스타일이지만, 우리나라의 장급여관이나 진배없는 낡은 호텔이었다.

짐을 잔뜩 가지고 갔는데도 짐 들어주는 벨맨은 커녕 도어맨조차 없었다.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마루가 낡아서 걸어가면 삐걱삐걱 소리가 나, 마치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옛날 성같은 맛이 풍기는 호텔이었다.

게다가 프런트에는 70세가 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안경 너머로 이쪽을 쳐다보면서 나를 맞이했다. 내 앞에는 다른 외국인이 체크인을 하기 위해 접수 중이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그 외국인과 체크인 수속을 하면서도 내게 말을 걸었다.

“우리 나라에는 꽃이 많은데, 어떤 꽃을 좋아하세요?"
“네, 장미나 카네이션을 무척 좋아합니다."
기타 음식 얘기며 스포츠 얘기 따위를 한 5분 정도 나누고 나서 3층 방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방안에서는 뜻밖에 우리 민요 '아리랑'이 은은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때의 감격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야말로 오랜 여행 끝에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았다. 침대 쪽으로 가보니 테이블 위에는 장미와 카네이션이 꽃병에 예쁘게 꽂혀 있었다. 또 한 번 감격하고 말았다.

'아, 일류호텔이란 다름 아닌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고.
아까 호텔 외관만 보고 실망했던 나 자신이 촌스럽게 느껴졌다. 규모가 크고 화려한 장식에 고급 시설들이어야 일류 호텔이라고 생각했던 한국식 고정관념을 여기서 깰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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