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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5-17 정원사 곽탁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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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09-05-16 06:03 조회2,4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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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5-17 정원사 곽탁타

 당나라 때 유종원이 지은 〈종수곽탁타전(種樹郭橐駝傳)〉이란 글이 있습니다. 곽탁타는 등이 굽은 곱사등이었는데 그의 직업은 정원사였습니다. 그는 나무를 참 잘 가꾸었습니다. 나무를 옮겨 심어도 결코 죽는 법이 없고, 잎은 늘 무성했습니다. 열매도 다른 나무보다 일찍 맺었습니다. 게다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그와 같은 솜씨를 지닌 정원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가 곽탁타에게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무 것도 안 해요. 그저 나무가 하고 싶은 대로 놓아둘 뿐입니다. 가지는 제 뻗고 싶은 대로 뻗게 도와주고, 흙으로 북돋울 때는 다만 고르게 해줍니다. 옮겨 심을 때도 흙은 원래 제 흙을 그대로 쓰지요. 또 뿌리 사이를 촘촘히 다져줍니다. 그렇게 해주고 나서는 아예 내다버린 물건처럼 거들떠보지도 않고 저대로 크게 놓아둡니다. 그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반대로 해요. 뿌리를 억지로 한데 모아 심고, 흙도 기름진 새 흙으로 바꿉니다. 흙을 너무 돋우거나 아니면 덜 돋우지요. 그들은 나무를 너무 아낀 나머지 매일 그 앞에 와서 삽니다. 멀쩡한 나무를 자꾸 만지고, 심지어는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 살았나죽었나 시험해 보기도 합니다. 공연히 나무뿌리를 흔들어보아 뿌리가 잘 내렸는지 살피기까지 합니다. 나무를 아끼고 사랑해서 한 일이 나무에게는 치명적인 해독이 되지요.”
 정민이라는 분의 글을 옮겨다 아주 조금 손을 보았습니다. 옮겨 심은 나무가 살게 하는 방법, 산 나무가 잘 자라게 하는 정원사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사람들과 사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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