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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23 새날과 묵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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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09-08-25 17:35 조회2,3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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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23 새날과 묵은 날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날마다 기적을 일으킨다는 도인이 살고 있는 섬으로 들어가 배워 보기로 했습니다. 배를 탈 수 있는 항구에 도착해 보니 태풍경보가 내려져 있고, 파도가 심하게 출렁거려 섬으로 들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섬으로 들어 갈 수 있을 때까지 지낼 방을 얻었습니다. 배가 출항을 하지 못해 손님이 많아 노인 한 사람과 함께 쓰는 방을 겨우 얻어 들었습니다.
 젊은이는 지루하고 답답해서 한숨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노인을 찾아보니 개울가에서 양말과 속옷을 빨고 있었습니다.
 이튿날도 파도 때문에 배가 출항을 하지 못해 선술집에 가서 술을 퍼 마시고 왔습니다. 술에 젖어서 와 보니 노인은 윗목의 씨고구마에 동이에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인 네가 할 일이 아닙니까?”
“누가 하든 우리의 생명을 늘이는 일이지요.”
 사흘째 되는 날 태풍경보가 풀리고 바람이 잦아들었습니다. 태양이 높이 떠오르고 날씨가 쾌청했습니다. 노인은 속옷을 바꿔 입고 들창을 열어 씨고구마에게 햇볕을 쬐어 주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씨고구마에서 새순이 돋아났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는 여전히 재미없고 지루하고 답답한 하루 였습니다. 발에서는 고린내가 나고, 술 트림으로 공기를 더럽혔습니다. 숙소를 나서면서 노인은 왜 섬에 가느냐고 물었고, 젊은이는 날마다 기적을 행하는 도인을 만나러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미 기적을 보았소이다. 어디서나 지금에 최선을 다하여 의롭게 살면 그날이 곧 기적의 새날이요, 그렇지 못하면 반복의 묵은 날입니다. 이번에 나와 지낸 사흘이 당신이 보고자한 그 도력(道力)의 전부이니 따로 볼 것이 없습니다. 그만 돌아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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