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8.

결혼기념일 선물

한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실직 중인 남편은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부인은 걱정스럽게 남편의 구직을 기다리는 생활도 몇 달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무렵에 결혼기념일이 다가왔습니다. 남들 같으면 결혼 때의 기쁨을 되새기며 외식이라도 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추억을 되살리는 재미가 있으련만 바닥난 생활비에 구직을 위한 고통만 가중되고 있었습니다.

결혼기념일!

이날 저녁 늦게 돌아온 남편이 주머니 속에서 박카스 한 병을 내놓으면서 당신을 사랑하는 나의 정표라며 손을 꼬옥 잡아 주더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결혼기념일 선물이 박카스 한 병이었던 것입니다.

이 회사 저 공장으로 일자리를 찾아다니던 남편은,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라고 되뇌이며 동네까지 왔는데, 주머니에는 지폐 한 장 없고 동전 소리만 나는 신세였습니다.

근처 약국으로 가서 박카스 한 병을 샀던 것입니다. 이 남편은 작은 박카스 한 병에 큰 사랑을 담아 아내에게 건넸던 것입니다. 젊은 부부는 오랫동안 깊은 포옹을 하며 사랑을 빛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