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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9 캄캄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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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09-08-09 07:54 조회3,1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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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9 캄캄한 세상

 신문사에서 갑자기 해고를 당했습니다. 신문사를 살려내야 하는 절박함이라고는 하지만 아무 대책이 없는 나로서는 절망! 절망이었습니다. 제법 두둑하게 퇴직금을 받기는 했지만, 시골에 계시는 아버지의 병원비를 몇 차례 내고 나니 그것도 다 없어졌습니다. 밀린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고 통보가 왔다더니, 기어코 단전을 당했습니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지 못하고, 냉장고에는 음식을 넣어 둘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촛불 하나를 켜 놓고 남매가 숙제를 한다고 머리를 맞대고 있고, 아내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눈물을 훔치는 것 같았습니다.
 캄캄한 세상! 그래 우리 집은 지금 캄캄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내가 일자리를 얻을 희망도 없고, 어디서 당장 필요한 생활비가 들어 올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아이들 뒤 꼭지를 바라보고 있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도 일자리를 구하러 친구들을 찾아다니다가, 아무 성과도 없이 집으로 들어오는데, 달랑 우리 집만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소리를 죽여 가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내가 밝게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찾으니 잔답니다.
“애들이 이제부터는, 어둠이 깔리면 자고 날이 새면 일어나겠대요. 밝을 때 한다고 학교에서 오자마자 숙제부터 하고 놀았어요. 애들이 신통하지요?”
 아내의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복받쳐오고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내와 나는 의미 있는 웃음을 보내며 두 손을 힘껏 맞잡았습니다. 캄캄한 세상이지만 불과 10살 8살짜리 아이들이 밝은 희망을 주었습니다. 캄캄한 세상에는 밝은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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