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이야기 > 좋은 글방

본문 바로가기
 

좋은 글방

엿장수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조점동 작성일22-09-25 20:05 조회822회 댓글0건

본문

 

2022. 9. 26.

엿장수 이야기

 

예전에는 엿장수가 마을에 들어오면 맛보기를 달라고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마음씨 좋은 엿장수는 맛보기를 줍니다. 단맛을 본 동네 사람들은 집으로 가서 온갖 재활용 폐품을 들고 와서 엿을 사 먹곤 했지요.

다음 이야기는 1960년대 초 어느 여름날에 직접 본 실화입니다. 군대에서 휴가 온 청년과 그 친구들이 천렵을 가려고 모였을 때 엿장수가 왔습니다. 동네 청년들과 휴가 온 군인이 엿장수에게 맛보기를 좀 달라고 했으나, 무슨 이유인지 맛보기를 못 주겠다고 해서 옥신각신하게 되었지요. 건장하고 패기에 찬 휴가군인과 40대 중반의 흰 바지저고리에 고무신을 신은 작은 체구의 엿장수 사이에 싸움이 붙었습니다. 그러다가 동네 가운데서 싸울 게 아니라 동구 밖으로 나가자는 엿장수의 제안으로 동구 밖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엿 지게를 짊어진 엿장수가 앞장서고 동네 청년들이 뒤 따르는 희한한 광경이 연출되었습니다. 동네 밖으로 나온 엿장수와 휴가군인 사이에 다시 싸움이 붙었습니다. 자 그런데 엿장수 아저씨는 군인의 발길질이나 주먹질을 막거나 대항하지 않고 때리는 대로 맞고만 있었습니다. 아무리 때려도 맞기만 하는 엿장수 보고 군인이 덤비라고 소리치자 그때부터 엿장수도 응전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군인의 주먹질이나 발길질이 단 한 번도 엿장수를 명중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엿장수가 군인을 패대기친 것도 아니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40대 중반의 엿장수가 한 수 위라는 게 드러난 것입니다. 나는 속으로 감탄했고 그 엿장수가 존경스러워졌습니다. 아니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엿장수를 추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력 있는 사람은 뽐내지 않고 겸손했던 것입니다.

 

.
추천 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좋은 글방

Total 1,591건 76 페이지
좋은 글방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466 코끼리 만지기의 교훈 조점동 2022-08-04 832 1
465 3분 연설 조점동 2022-07-17 831 1
464 시간에 대하여 조점동 2022-06-05 829 1
463 허리 굽은 소나무 조점동 2022-07-07 829 1
462 가위 바위 보 조점동 2022-08-20 828 1
461 행복 조점동 2022-05-28 827 1
460 필요한 만큼 조점동 2022-06-30 827 1
459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부 조점동 2022-08-24 825 1
458 열정과 집념 조점동 2022-09-14 825 2
457 건물 입구로 내려 준 빈 그릇 조점동 2022-05-29 824 1
456 작은 샘물 줄기 조점동 2022-08-02 824 1
455 코끼리 만지기의 교훈 조점동 2022-08-04 824 1
454 나뭇잎 하나 조점동 2022-08-09 824 1
453 따뜻한 한 마디 말 조점동 2022-06-28 823 1
452 걷기 운동 조점동 2022-07-11 82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