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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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23-01-15 14:16 조회1,063회 댓글0건본문
2023. 1. 15.
옷걸이
짧은 동화나 아름다운 글 솜씨로 유명했던 정채봉 선생이 쓴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동화”라는 글입니다. 샘터사에서 나온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세탁소에 갓 들어 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습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히는 옷이 자기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답게 달랑 다섯 줄짜리 동화가 깊은 감동을 주고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제 옷도 아닌 남의 옷을 잠깐 입고 있으면서, 평생 제 옷인 양 교만하고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책을 읽은 지 오래 됐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 것은 “완장”입니다. 완장 하나만 차면 마치 자기가 왕이나 된 듯이 설치고 날뛰는 군상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정채봉 선생의 옷걸이 이야기는 짧지만 오랫동안 깊은 명상을 하게 합니다.
지금 내가 가진 직책과 신분은, 곧 다 벗어 줄 잠시 맡은 일일 뿐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을 시켜놨더니 왕처럼 굴거나, 머슴으로 부림받은 자가 주인행세를 하려 들면 쫒겨 나기도 합니다. 옷걸이는 옷걸이 노릇만 잘 하면 됩니다. 그 옷걸이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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