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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엿장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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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23-04-06 20:23 조회3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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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6.

존경하는 엿장수 님!

예전에는 엿장수가 마을에 들어오면 맛보기를 달라고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마음씨 좋은 엿장수는 맛보기를 줍니다. 단맛을 본 동네 사람들은 집으로 가서 온갖 폐품을 들고 와서 엿을 사 먹곤 했지요. 못 신게 된 고무신, 사용할 수 없는 철제 연장, 헌 냄비 등등

이 이야기는 1960년대 초 어느 여름날에 직접 본 실화입니다.

군대에서 휴가 온 청년과 그 친구들이 천렵을 가려고 모였을 때 엿장수가 왔습니다. 동네 청년들과 휴가 온 군인이 엿장수에게 맛보기를 좀 달라고 했으나, 무슨 이유인지 맛보기를 못 주겠다고 해서 옥신각신하게 되었지요.

건장하고 패기에 찬 휴가군인과 40대 중반의 흰 바지저고리에 고무신을 신은 작은 체구의 엿장수 사이에 말싸움이 붙었습니다. 그러다가 동네 가운데서 싸울 게 아니라 동구 밖으로 나가자는 엿장수의 제안으로 동구 밖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엿 지게를 짊어진 엿장수가 앞장서고 동네 청년들이 뒤따르는 희한한 광경이 연출되었습니다.

동네 밖으로 나온 엿장수와 휴가군인 사이에 다시 싸움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엿장수 아저씨는 군인의 발길질이나 주먹질을 막거나 대항하지 않고 때리는 대로 맞고만 있었습니다. 아무리 때려도 맞기만 하는 엿장수보고 군인이 덤비라고 소리치자 그때부터 엿장수도 응전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군인의 주먹질이나 발길질이 단 한 번도 엿장수를 명중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엿장수가 군인을 패대기친 것도 아니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40대 중반의 엿장수가 한 수 위라는 게 드러난 것입니다. 나는 속으로 감탄했고 그 엿장수가 존경스러워졌습니다. 아니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엿장수를 추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력 있는 사람은 뽐내지 않고 겸손했던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나오면 무슨 가치가 있습니까? 사람답고 당당해야지. 안 그렇습니까? 나는 1960년대 초에 본 그 엿장수만도 못한 서울대학교 법대 나온 사람을 봅니다.

존경하는 서울대학교 법대 나온 사람들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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