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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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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23-08-31 17:38 조회3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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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31.
작은 행복
오래 전에 어느 회사에서 "작은 행복"이라는 잡지를 만들어 배포한 일이 있습니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편집되어 기다리면서 읽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소확행(小確幸-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행복한 일)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남동홍도화마을에서는 첫 소확행 모임을 해 보았습니다. 시험 삼아 실행해 보았습니다.
자잔한 일을 잘 벌리는 사람이라 질러 놓고 맞춰나갔습니다. 내 주변에 참 좋은 사람 홍창희 선생이 있습니다. 밀양에 와서 그분 만큼 일을 잘 벌리고 기획해서 잘 실행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몇 분이 더 있는데, 그 중 제일 잘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나도 부산에서 자질구레한 일들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시작하고는 그날부터 걱정입니다. 잘 해야 하는데, 몇 사람이나 참석할까, 돈은 마련될까, 처음 의도대로 진행될까.... 걱정이지만.
지난 일요일 성당에 갔다 오다가 동네에서 소확행 하나를 해 보자고 제안했고 추진했습니다. 아주 간단하고 매우 쉬운 모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동네 남녀노소 누구나 참석을 환영하며, 수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8시까지 한잔의 술을 마시는 모임을 한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마실 술은 각자 집에 있는 것 중에 무슨 술이든 한 두병씩만 가져오시라. 안주는 동네 경로당에서 준비하겠다고. 하필 지금 술이 없으면 그냥 오시라, 돈은 주어도 받지 않는다, 있으면 가져 오시라고 했습니다.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술을 못 마시거나 안 마시는 분을 위해서 먹고 마실 것을 따로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남동홍도화마을은 거의 매달 한 차례씩 밀양으로 나가 식당에서 다 함께 식사를 합니다. 남녀노소가 다 함께 어울리고 먹고 마시면서 친교를 나누고 얼굴을 익혀 기존 주민들과 귀촌한 주민들이 잘 어울려 살아보자고 식사 행사를 해 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다 좋아합니다.
그런데, 식당 식사 모임도 대단히 좋지만 딱 한 가지가 아쉬웠습니다. 식사하고 곧바로 오다 보니 진지하게 정을 나누고 서로 알고 지낼 건더기가 적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동네 회관에 모여서 먹고 마시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술 자리가 너무 길어져도 안 된다는 생각에 아예 한 시간 30분을 정했습니다.
주민들한테서 문자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술을 가져오겠다, 부부가 함께 참석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창원에 개업 의사는 늦더라도 마치고 달려 오겠다고 문자가 왔고, 부산에 가 있는데 집에 수제 막거리가 있다며 부부가 함께 달려오겠답니다. 그래봤자 15명 정도였습니다. 첫 숟갈에 배부르겠습니까? 단 10명만 참석해도 그 일을 하지 않은 것보다 하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어제 오후 6시 30분에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23명이었습니다. 동네 연세가 많은 분은 다 참석하였습니다. 내 계산으로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술은 소주, 와인, 막걸리, 양주, 중국 독한 술 등등 이었습니다. 창원에서 달려온 의사는 캔 맥주 6개에 21살 짜리 양주를 들고 왔습니다. 작년에 귀향한 젊은 청년(사실은 59세)은 말벌술을 가져왔네요. 우리동네 최 고령 91세 할머니는 소주 2병을 들고 오셨고요.
딱 8시에 마쳤습니다. 시작할 때 두 가지만 부탁했습니다. 오늘은 한 동네 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모여 정답게 한 잔 하는 자리이니, 듣기 불편한 말은 안 하기와 8시에 꼭 마쳐달라고 했습니다. 잘 지켜졌습니다. 또 이런 모임을 하자는 이구동성이었습니다. 첫 소확행모임은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경상남도 밀양시 상남면 남산리 남동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재미지게 살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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