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16 카메라 수리 전문가

 한참 오래전의 일입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인척 한 분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무엇이 필요하냐기에 카메라 한 대를 부탁했지요. 눈여겨보았던 카메라가 작고 좋아 보여 그걸 부탁한 것입니다.
 카메라는 맞게 사 왔습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는 새것인데도 사진을 찍으면 필름이 한 컷씩 지나가지 않고 전체가 감아져버렸습니다. 고장이지요. 기대했던 새 카메라가 필름만 몇 통을 버리고 나니 속이 상해서 카메라를 일본 본사로 보냈지요. 고장 난 상태를 기록해서 고쳐달라고 보낸 지 한 달쯤 지나서 왔는데, 사용해 보니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떻게 자기 회사 제품이 고장 났다는데, 제대로 고치지도 않고 되돌려 보낸단 말이냐고 욕을 했지요.
 이번에는 부산역 앞에 있는 카메라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찾아갔지요. 그런데, 그런데 너무나 간단하게 고쳐 놓는 게 아닙니까?
 일제 카메라를 본사에서조차 제대로 고치지 못했는데, 몇 곳의 나사를 풀고 아주 작은 드라이버로 손을 대더니 다 고쳤다는 겁니다. 헌 필름을 넣고 시험을 해 보니 잘 되었습니다. 나중에 사진을 찍어보니 잘 나왔습니다.
 카메라를 수리하는 그 분은, 카메라 수리만 40년 넘게 해 왔고, 1년에 한 두 번씩 일본에 가서 카메라 부속이나 카메라의 개발 정보를 수집한다고 하더군요. 역시 전문가였습니다. 카메라 수리 전문가! 더 기쁜 것은 특별한 기술 발휘를 하지도 않았다며 그동안 방전된 축전지 교환비만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해도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를 만나면 반갑고 존경심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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