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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나누는 삶 살고 있는 김숙일 할머니-가톨릭신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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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12-03-17 08:10 조회2,8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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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극(七克)과 함께하는 사순] 해탐(解貪)과 색도(塞饕) - 제3주, 평생 나누는 삶 살고 있는 김숙일 할머니
해탐(解貪)과 색도(塞饕) : 나눔과 절제/ “모든 것이 주님 덕분… 남에게 주기 위해 일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 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 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1~33)

김숙일(헬레나·90·서울 중앙동본당) 할머니의 삶을 되짚어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성경구절이다.

탐을 내어 먹고 마시고자 하는 욕구는 사람 몸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적으로 꼽힌다. 또 하느님께서 재물을 주시지 않으면 달라고 청하고, 재물을 주시면 남이 아닌 나를 위해 먼저 쓰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할머니의 삶에서는 욕심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초기 신앙선조들의 삶에서 삶으로 이어져온 가르침처럼 나눔과 절제를 머리와 마음, 몸으로 실천한 일상이었다. 누군가 권하거나 강요하지 않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을 단 하루처럼 그렇게 살아왔다.



"쾌락에 빠지지 말고, 그러한 무리에 섞이지도 말아라"

갓 20대에 접어든 새 색시는 북한 신의주본당에서 고(故) 오기선 신부에게 예비신자 교리를 받았다. 예비신자 교리를 받는 내내 "옳은 말씀입니다. 하느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예수님"하며 복음말씀을 익히는데 힘썼다. '헬레나'라는 세례명을 받은 그날 이후 입에서는 '감사'를 되뇌었고, 머릿속에서는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라는 말씀을 지운 적이 없었다.

6·25 한국전쟁 발발 직전, 김 할머니는 신의주를 떠나 서울로 피란했다. 그러나 빨리 오라고 재촉하던 남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김 할머니는 그야말로 맨 몸뚱이로 어린 딸을 안고 부산으로, 거제도로 떠돌며 모진 피란생활을 견뎌야 했다. 그 와중에도 묵주를 손에 꼭 쥐고 '곧 신의주로 돌아가 새 성당을 짓는데 힘을 보태야지'라고 생각했다.

전쟁 후, 다행히 남들보다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덕분에 영원한도움의성모회 수녀들의 추천으로 제의를 만드는 성가소비녀회 양재소에서 일할 수 있었다. 서울 중림동약현성당 아래에 자리한 양재소에서 바느질 한 땀을 뜰 때마다 하느님을 한 번씩 부르며 성실하게 일했다. 당시 월급은 두 모녀가 살아가기에도 턱없이 부족해 고된 일상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단 한순간도 '내 삶은 왜 이럴까', '하느님께서는 왜 나에게 더 좋은 삶을 주시지 않을까' 등의 생각은 떠올리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살리려고 생명을 주셨다"는 믿음에 한 치의 티끌도 얹지 않았다.

그러나 기어이 영양실조와 늑막염이 김 할머니를 덮쳤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 둔 딸이 휴학계를 내고 어머니를 돌봤지만,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겨야 했다. 병원에 갈 돈이면 이웃사람 몇몇의 입을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미련할 정도였다.

생활 형편이 조금씩 나아져도 김 할머니는 간식을 사먹은 기억이 없다. 꽃놀이, 단풍놀이도 가보지 않았고, 옷과 이부자리도 대부분 만들어 쓰며 최소한의 생활비만 지출했다. 그 대신 하고 싶은 일이나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그것을 똑같이 남에게 해줬다. 따지고 계산하지 않고, 이웃이 보이면 곧바로 나눔을 실천했다.

"내가 좀 덜 먹고, 좀 아껴 입으면 되는걸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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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일 할머니는 "하느님께 떼쓰고 욕심을 내면, 지금처럼 살 수 없다"며 매일 하느님의 가르침과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김 할머니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느님과 대화하는 기도를 잊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가난해야, 가난은 덕이 된다"

특히 양재소에 일하던 시절, 김 할머니는 출퇴근 때마다 서울역과 염천교 인근에서 마주치는 거지들에게 먹거리며 옷가지 등을 나눠 줬다.

"나야 다시 돈 모아 실을 살 수 있으면, 그때 새로 떠서 입으면 되죠."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날 입고 있던 날 구걸하고 있던 한 사람에게 털바지를 벗어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월급 100원을 받으면 20원은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해 떼어 놓고, 나머지 중 절반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떼어 놓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썼다. 먹다 남은 것을 이웃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서 먼저 이웃의 몫을 챙기는 삶이었다.

지금도 김 할머니의 소지품 중 가장 값나가는 것은 묵주와 성경, 각종 기도책들이었다. 그의 필수품인 기도대도 직접 주워온 널빤지에 못을 쳐서 만들었고, 덮개도 직접 바느질했다. 그것도 벌써 30여 년째 쓰고 있다고.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작은 아파트가 재개발 되면서 값어치가 좀 올라가자 곧바로 평양교구 성당 재건을 위해 교회에 기부했다. 김 할머니가 평생 단 한 번 가져본 재산다운 재산이었지만, 그나마도 남북통일을 보지 못하고 선종할까 걱정스런 마음에 서둘러 봉헌했다.

"남에게 주기 위해 일해 왔습니다."

김 할머니의 말을 듣는 이들은 대부분 귀를 의심했었다. 이웃에게 베푸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아까워하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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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숙일 할머니가 딸 차영주(아녜스)씨에게 예전에 필사했던 성경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씨 또한 김 할머니의 모범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절제와 나눔의 생활을 기쁘게 살아가는 신앙인이다.
"가난은 용기와 힘을 준다"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 덕분입니다. 그분의 몸에 제 손자국이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꼭꼭 그분의 손만 붙잡고 살아왔습니다."

김 할머니는 그동안 살아 숨쉬고, 이웃과 함께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 옆에 꼭 붙어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 할머니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집안의 가장으로서 우리를 늘 풍요롭게 돌보아 주셨다"며 "그분의 말씀만 따르면 언제나 기쁨과 행복이 넘친다"고 강조한다.

이른 새벽 김 할머니가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잡는 것이 묵주다. 이어 기도상에 앉아 기도서에 담긴 기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봉헌하고 이어 성무일도와 성경 묵상에 들어간다. 하느님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싶은 마음에 잠을 자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다.

게다가 김 할머니의 기도 지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을 향한 적이 없다. 늘 성직자들과 교회를 위해, 이어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비롯해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

"남을 위해 기도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더 많이 기도하지 못해 아쉽지요. 저는 그 기도 안에서 덤으로 은총을 누렸습니다."

김 할머니는 인터뷰를 한 날, 기자와 채 마주앉기 전부터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수차례 되뇌었다. '무엇이 그렇게도 감사한가'라는 질문에 오늘 아침 눈을 뜬 것부터 지난 세월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삶 전체에 대한 감사기도가 이어졌다. 특히 김 할머니는 수많은 종교 중에서 천주교 신앙을 갖도록 허락해준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가장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칠극 3편과 5편은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된다.

"사람들이 행한 일이 참으로 선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알고 싶다면, 그가 그 일을 하려는 생각을 살펴보아야 한다. 하느님의 명령을 존중하여 착한 일을 하거나 덕의 아름다움을 위해 덕을 행했다면 이는 참된 선이고 참된 덕일 것이다."

김 할머니의 일생을 통해 드러난 신앙인으로서의 모범을 들여다볼 좋은 잣대다.



◎ 칠극 '해탐(解貪)과 색도(塞饕)'

칠극의 제3편 '해탐(解貪)'과 제5편 '색도(塞饕)'는 나눔과 절제의 실천을 강조하는 가르침이다. '해탐(解貪)'에서는 탐욕은 베풂으로 풀어야 한다고 이른다. 또한 '색도(塞饕)'에서는 탐을 내어 먹고 마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이른다.

사람이 가진 감정 가운데 가장 빨리 일어날 뿐 아니라 가장 늦게 끝나는 것이 바로 재물을 욕심내는 탐욕이다. 하지만 재물은 사람이 가진 힘과 용기를 없애는 반면, 가난은 큰 괴로움도 견딜 수 있게 하고,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힘을 북돋운다.

아울러 칠극에서는 재물을 좋아하고, 귀함을 좋아하고, 편안과 즐거움을 좋아하는 죄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색도는 특히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의 절제만이 아니라, 말이 많은 것과 시끄럽게 떠드는 것, 재물을 탐내는 것, 착한 일에 게으른 것 등의 여러 가지 감정과 행동들을 바로잡아 가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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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신문 2012.03.09] 칠극
≪칠극대전≫(七克大全)의 약칭(略稱). 저자는 스페인 출신의 예수회 신부 판토하(D. Pantoja, 龐迪我, 1571∼1618). 죄악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뿌리와 이를 극복하는 일곱 자지 덕행(德行)을 다룬 일종의 수덕서(修德書)이다. 1614년에 중국 북경에서 7권으로 간행된 이래, 여러 권 판을 거듭하였고, ≪천학초함≫(天學初函) 총서에도 수록되었으며, 이를 상 · 하 2권으로 요약하여 ≪칠극진훈≫(七克眞訓)이라는 책명으로도 간행되었다.

이 책은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利瑪竇)의 ≪천주실의≫(天主實義)와 함께 일찍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연구되었고, 남인학자(南人學者)들을 천주교에 귀의케 하는 데 기여한 책 중의 하나이다. 즉 이익(李瀷, 1681∼1763)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이 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는 곧 유학의 극기설(克己說)과 한가지라고 전제한 다음, 죄악의 뿌리가 되는 탐욕, 오만, 음탕, 나태, 질투, 분노, 색과 더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덕행으로 은혜, 겸손, 절제, 정절, 근면, 관용, 인내의 일곱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어 ≪칠극≫ 중에는 절목(節目)이 많고 처리의 순서가 정연하며 비유가 적절하여 간혹 유학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도 있는 만큼, 이는 극기복례(克己復禮)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고 말함으로써 천주교유교 사이에 윤리면에서 어느 정도 일치할 뿐 아니라, 때로는 천주교가 우월함을 은연중에 시인하였다. 그의 제자인 안정복(安鼎福, 1712∼1791)은 ≪칠극≫이 공자의 이른바 사물(四勿)의 각주에 불과하며, 비록 심각한 말이 있다 하더라도 취할 바가 못 된다고 논평하였다.

한편 ≪칠극≫은 1777년부터 1779년간의 소위 천진암 · 주어사(天眞菴 · 走魚寺) 강학에서 남인학자들에 의해 연구 검토되었음이 확실하며, 일찍부터 한글로 번역되어 많은 사람에게 읽혀져, 감화시켰음을 짐작 할 수 있다. 한글필사본이 절두산순교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참고문헌] L. Pfister, Notices Biographiques et Bibligraphiques sur ies Jesuites de l'ancienne Mission de Chine, 1552∼1773, Chanhai 1932 / 朴鍾鴻, 西歐思想의 導入批判과 攝取, 韓國天主敎會史論文選集, 第1輯, 한국교회사연구소, 1976 / M. Courant, Bibliographie Coreenne, Paris 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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