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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송정동 막퍼주는 반찬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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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09-01-13 19:44 조회3,1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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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주민 만들고 운영, 80여 가지 100% 유기농
 불우이웃엔 무한 공짜 봉사…‘사회적 기업’ 공인
 
     `막퍼주는 반찬가게'는 민관이 협력해 취약계층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든 드문 모델로 외국의 학자들이 연구차 찾아올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월급은 적지만 보람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늘 즐겁다는 박상명 대표와
        이순자 정양자 할머니(왼쪽부터).

 동네 사람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반찬가게가 올 1월 사회적 기업이 됐습니다. 부산시 송정동에 자리한 ‘막 퍼주는 반찬가게’입니다. 이름처럼 이곳은 장아찌, 부침개, 튀김류 등 80여 가지의 반찬을 만들어 팝니다. 우리나라 동남쪽 끝에 있지만 이곳을 찾는 고객의 70%가량은 쇼핑몰(www.food-share.com)을 보고 주문하는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입니다. 이곳에서 만드는 반찬은 우리 농산물과 천연조미료만을 써서 만들고 장아찌 아닌 다른 반찬은 대부분 주문 뒤 곧바로 만들어 보내주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이 좋습니다. 한번 먹어본 뒤 단골이 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 가게의 영업실적은 ‘대박’과는 아직 거리가 한참 멉니다. 9개월 동안 총매출액은 4200여만 원. 네 명의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적 기업 지정에서 알 수 있듯이 ‘막 퍼주는 반찬가게’의 가능성은 무척 큽니다. 벌써 투자를 하겠다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고, 기업체와 호텔에서 일했던 경력자들이 참여를 준비중이며, 도움을 주겠다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한번 먹어보면 단골 클릭!…지정판매소 둬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도
 
 ‘반찬가게’는 들여다 볼수록 보는 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재미있는 기업입니다. 뜻있는 이들 13명이 300~500만 원씩 출자해 만든 직원 4명의 작은 회사이지만 창사이념부터 여느 기업과 다릅니다. ‘농어촌과 도시의 공동번영을 추구하여 공동체를 형성하자!’. 거창해 보이지만 이는 실제 이 회사의 경영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반찬가게’는 음식재료로 우리 농산물만을 고집합니다. 또 에너지소비를 줄이기 위해 지역농산물을 소비하자는 로컬푸드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동네 텃밭에서 나는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가져다 씁니다. 그 결과 음식재료의 40% 가량은 송정동과 기장 등 동네 텃밭에서 나옵니다. 이 마을에는 텃밭을 가꾸는 어르신들이 수십 명이나 됩니다. 300~500㎡로 꽤 큰 텃밭을 가꾸는 이들도 있습니다. 고추, 깻잎, 상추, 배추, 무, 마늘, 오이, 가지 등 밑반찬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야채 종류는 대부분 납니다. 회사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확보할 수 있고, 동네 어르신들은 쏠쏠한 벌이가 생겼습니다. 모자라는 농산물은 동네 재래시장에서 충당합니다. 앞으로는 농촌을 살리겠다는 철학을 가진 소농이나 가족농과 농산물을 직거래할 계획입니다. 물론 100% 유기농산물을 식재료로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산물 사용과 함께 ‘반찬가게’는 기업 활동의 목표를 취약계층 지원에 두고 있습니다. 고용부터 그렇습니다. 직원 가운데 인터넷 판매와 행정 업무를 함께 맡고 있는 황우진(43) 총무를 뺀 나머지 3명의 ‘조리사’는 모두 고령자들입니다. 박상명 대표는 일흔여섯이고 장아찌 담그는 솜씨가 일품인 이순자씨는 예순여덟입니다. 20여 년 식당 운영 경험을 가진 정양자씨도 이씨와 나이가 같습니다. 이는 ‘반찬가게’가 고령자를 위한 훌륭한 일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박 대표는 ‘반찬가게’는 앞으로 지정판매소를 만들 때도 어르신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고려할 계획입니다. ‘반찬가게’는 독특한 운영 원칙이 있습니다. 수요가 늘어도 자동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계보다 할머니들의 ‘손맛’이 경쟁력이기도 하지만 수익률을 높이기보다 일자리를 늘리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서입니다.
 
 주민자치센터 공무원이 착안… 일본 교수들도 연구차 방문
  
 취약계층의 고용과 함께 이 회사는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무료 반찬배달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가게가 자리한 송정동에는 홀몸 어르신이 300세대로 전체 세대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많습니다. 그들 가운데 대부분이 수급권자입니다. ‘반찬가게’는 형편이 어렵거나 거동이 힘든 50여 세대에 700여 회에 걸쳐 560여만 원어치의 반찬을 배달했습니다. 앞으로 수익의 3분의 2를 취약계층의 지원에 쓰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이유로 ‘반찬가게’는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이 회사는 주민자치센터가 중심이 되어 시작한 민관협력 모델로 일본 대학의 교수들이 연구차 방문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라고 합니다. ‘반찬가게’는 송정동 주민자치센터 공무원인 하정관(38)씨가 취약계층 지원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고민한 끝에 만들어낸 모델입니다. 하씨는 “처음에는 동료조차 공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으나 지금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지정판매소 설립과 우리 농산물 먹을거리 촌을 브랜드화해 100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 소득을 해마다 1%씩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080)701-2662.
부산/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이기사는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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