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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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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점동 작성일08-02-23 16:34 조회2,7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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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부산흥사단 기관잡지 2008년 봄호에 게재할 원고내용입니다.

산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산다

                            조 점 동(공의원, 나눔문화연구원 원장)

  2007년 6월 1일! 이 날은 부산생활 32년을 마감하고 밀양 산골로 삶의 터전을 확 바꾼 날입니다. 무자년 3월 31일에 임실에서 태어났으니 금년에 회갑이 되었는데, 지난 60년 동안 참 부지런히 살아 왔다고 자부합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부부는 시골로 가자고 입을 모았습니다. 2006년 추석 이후에 경남지역 10여 곳을 둘러보고 선택한 곳이 이곳 종남산 남동마을입니다. 여기는 우리 부부가 살기 좋은 곳입니다. 건강한 생활의 4대 요소인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자연식이 가능한 산촌, 걷기운동을 하기 좋은 적당한 등산로와 숲이 좋습니다.

 우리 동네는 15가구가 적당히 흩어져 있는 작은 마을인데 우리 집과 100여 미터 쯤 떨어져 있으니 불가근불가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남산이 병풍처럼 감싸주는 남향 마을에, 멀리 산과 산이 겹어깨 동무를 하고 있어 아기자기한 전망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킵니다.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때때로 변하는 자연그림이 볼만합니다. 소개받은 땅을 첫 눈에 좋다고 228평을 계약했을 정도입니다.

 지난 해 3월 26일에 착공하여 5월 중순에 집을 완성하고 곧바로 이삿짐을 싸들고 왔는데, 벌써 9개월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귀촌하면 주민들과 잘 어울리느냐가 시골 정착의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합니다. 먼저 인사하고 친절하게 대하며 때때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니 별문제 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이 착하고 순수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천주교 공소가 있고 신자들이 5가구나 있어서 금방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흥사단 단우, 천주교 신자, 시민복지운동을 했던 사람이 동네 주민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겠지요. 동네 사람들이 우리 부부에게 보내는 눈길은 따뜻하고 친절합니다.

 지난해에 먹은 감이 지금까지 매년 먹은 감 중에 제일 많습니다. 그 많은 감은 동네 사람들이 갖다 주어서먹은 것입니다. 이 밖에도 은행, 호박, 토란, 호두, 미나리, 살구, 모과 이런 것들을 동네 사람들이 나눠주어 많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워낙 깊은 두메산골이어서 집집이, 또는 산과 밭에 각종 과일나무가 많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그 귀하다던 초등학교 학생이 2명 있어서 작년 여름방학 끝날 무렵부터 한자를 가르쳤습니다. 3학년과 6학년 남매가 한 집에 있어서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자청했지요. 며칠 전에 시험을 보았는데 6급에 나란히 합격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교육문제로 밀양으로 이사 갔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우리 집에 와서 공부합니다. 추석 전에는 부산 흥사단 이명자 단우의 도움으로 동네 할머니들 퍼머를 해 드렸습니다. 후배를 한명 데리고 와서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그 사이에 몇 가지 보람되는 일도 하였습니다. 수산 버스터미널의 화장실이 더럽고 엉망이어서 밀양시 홈페이지에 개선을 건의 하였더니 깨끗하고 사용하기 좋은 새 화장실로 만들었고, 우리 지역으로 오는 도로를 잘라 공사하고 오랫동안 방치해 놓았기에 포장을 요청하였더니 다음 날 깨끗하게 고쳐 놓은 일도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좀 더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흥사단 단우로서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두르지는 않더라도 차근차근 좋은 일을 찾아서 해 나가려고 합니다. 자원봉사와 나눔운동을 추진했던 사람으로서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눔재단의 <나눔문화연구원>을 제안하고 원장을 맡아서 활동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내가 있는 곳에는 내가 그 자리에 있으므로 해서 그 자리가 좀 더 좋아지게 살아간다.>는 것을 여기서도 어김없이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이곳 생활은 참 좋습니다.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서 온갖 새소리를 들으면서 일과를 시작합니다. 꿩이나 비둘기, 까마귀는 산골의 하루를 즐겁게 해 줍니다. 눈을 들면 산과 산, 봉우리와 봉우리, 온갖 대자연의 식구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저녁이면 참 조용하고 고요하며  하늘에는 달빛과 별만 총총합니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밖으로 나와 하늘의 별을 보는 시간을 즐깁니다.

 동네 사람들이 갖다 심어 준 소나무, 자귀나무, 은행나무, 감나무, 살구나무가 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접골목과 산사자나무를 산에서 캐다 심었습니다. 입춘 우수도 지났고, 며칠 지나면 온갖 꽃을 심고 가꾸며 유실수도 더 구해다 심을 예정입니다.
 
 이 작은 공간을 참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도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의 마땅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이제 이곳 종남산에서 건강관리를 잘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시간 나는 대로 나눔과 봉사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쉬고 싶을 때 다녀가세요.

2008.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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