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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놀면 사람들이 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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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조점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251.217) 작성일07-12-15 18:50 조회3,7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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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숲에서 놀면 사람들이 변해요”
 
남효창(44) 숲연구소 소장은 대부분의 주말을 숲에서 보낸다.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의 관심은 사람들이 숲 속에서 재미있게 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놀이는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유원지형’과는 거리가 멀다.

숲에서 어떻게 노느냐는 물음에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읊는다. 한 인디언이 썼다고 한다.

“나는 땅이다. 내 눈은 하늘이며, 나의 팔과 다리는 나무다. 나는 가죽이며, 물의 깊이다. 나는 자연을 정복하고 착취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 스스로가 자연이다.”

그는 ‘숲속놀이’를 통해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이 시를 쓴 인디언이 가진 심성을 되찾아 주고 싶어 한다.

지난 1일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부근 전나무숲. 숲연구소 주관으로 한국은행 노동조합 가족 40여명이 참가한 숲나들이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눈을 가리고 우거진 전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가고 있다. 모두가 삐뚤빼뚤. 50m 앞의 목표지점까지 곧바로 걸어가는 사람이 없다. 참가자들은 우습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 모양이다.

“현대인들은 어른이나 아이나 신체의 일부분만을 주로 사용합니다. 생각이 많다 보니 좌뇌를 주로 쓰고 손발도 어느 한쪽만을 많이 씁니다. 우리가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겁니다.” 남 소장의 말이다.

이번에는 거울을 눈밑에 대고 숲속을 걸어가기. “와아~.” 탄성이 터진다. “환상적이에요.” 숲의 바다가 보인다는 사람도 있고 전나무숲 위를 걸어가는 듯하다는 이들도 있다. ‘거울로 숲보기’는 자연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의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시각을 깨기 위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세상은 누가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형태와 의미로 나타난다는 점을 깨닫는다. 자신이 경험한 것만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겸허함을 배운다.

남 소장은 이런 주말 행사를 지금까지 200여 차례 열었다. 지금까지 1만여명이 그를 따라 숲으로 가서 숲을 알고, 숲에 안겨 편안하게 쉬고 놀다 갔다. 그가 ‘숲속놀이’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뭘까.

“숲을 재미있는 놀이터로, 추억의 장소로 여기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그들이 자라서 숲을 지키는 데 나설 것입니다. 숲속에서 놀면서 자연을 접한 아이들은 생물은 물론 무생물까지 서로 연결돼 있으며 하나가 없어지면 나머지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대구에서 자란 그는 불교재단이 운영하는 중학교를 다니면서 절이 있는 산에 자주 갔고 이는 나중에 임학과에 진학한 계기가 됐다. 그는 절보다 사람은 물론 온 생명을 포근히 감싸주는 숲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주말이면 팔공산 동화사, 파계사, 갓바위, 영천 은혜사, 합천 해인사 등으로 자주 다녔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은 숲이라는 생명공동체 그 자체보다 나무의 가공이나 펄프의 이용 등 숲이 지닌 금전적 가치나 경제적 활용에 관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생태도시이자 인공조림으로 만든 숲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흑림(슈바르츠발트)이 있는 프라이부르크에서 산림환경정책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독일 유학시절 그의 관심은 숲의 공적 이용을 위한 대안을 찾는 것이었다.

“숲이 주는 혜택은 사람은 물론 그 곳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에 골고루 미쳐야 합니다. 하지만 임야의 70% 이상이 국유림이면서도 꾸준히 사유림을 사들이고 있는 독일과 달리 우리 나라는 200만여명의 산주가 전체 임야의 70% 이상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땅투기 차원의 소유가 많지요. 이런 상황에서 산림 훼손을 막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고민이었다. 그는 박사과정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해답을 찾았다. 그가 연구원으로 있던 프라이부르크대학 환경정책연구소가 1995년부터 처음으로 ‘숲체험교육’ 강좌를 열었고 그는 그 강좌의 조교로 일하면서 초등학교 학생들을 흑림으로 데리고 가서 노는 일을 했다. 그 때가 시작이었다.

“아이들이 바뀌더군요. 숲에 깃든 생명의 소중함과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더라구요.” 그는 숲을 지키는 첫 걸음은 사람들에게 숲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 때부터 숲속에서 재미있게 놀면서 자연스럽게 숲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에 힘을 쏟았다.

연구한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길 기회도 찾아왔다. 그는 99년 서울대 윤여창 교수의 요청으로 귀국해 유엔환경계획(UNDP)에서 제안한 ‘나무와 숲에 관한 환경교육프로그램 개발사업’에 함께 참여하면서 한국판 ‘숲체험교육’을 만들었다. 두 사람은 50여가지의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는 지금 숲연구소에서 진행중인 숲체험행사에 쓰이고 있다.

남 소장은 2000년부터 ‘에코가이드’와 ‘숲해설가’를 기르기 위한 강좌를 열고 있다. 숲체험 프로그램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다. 숲체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호응이 날로 높아져 이제는 혼자만으로 감당하기 벅찬 점도 강좌개설을 앞당기게 했다. 지금까지 모두 280여명이 에코가이드나 숲해설가 과정을 마쳤다.

“숲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겁니다.”

그는 숲체험 강좌 탓에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낸 적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수입의 대부분을 숲연구소에 쓰고 있어 부인에게 언제나 미안하다면서도 중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에게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자주 얘기한단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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