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팔아 ‘한푼두푼’ 저축…13년째 어려운 이웃에 쾌척
 진해 | 권기정 기자

ㆍ진해 김영권·배추선 노부부의 선행
ㆍ이웃들도 동참… 재활용품 모아 전달

“이젠 주민들까지 나서 도와주시는데…. 앞으로 힘이 남아있는 동안 가난한 이웃을 위해 계속 폐품을 모아야죠.”
70대 부부가 폐지와 재활용품을 팔아 모은 1000만원을 최근 KBS창원총국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2007년에 이어 두번째다. 어렵게 모은 돈을 성금으로 쾌척한 노부부는 경남 진해시 경화동의 김영권씨(79)와 부인 배추선씨(73).

김씨 부부가 폐지와 폐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군무원 퇴직 후인 1997년.
“잦은 병치레로 하루가 멀다하고 병원을 다녔지만 건강은 나아지지 않았지. 우연히 한 스님으로부터 봉사활동을 권유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거리에 버려진 폐품을 봤어요. 그래 ‘폐품을 모아 이웃을 도와보자’라고 마음을 먹었고….”
이후 김씨 집 마당은 폐지와 고철더미로 변했고 마루까지도 폐지가 쌓였다. 부인도 기꺼이 동참했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볼까봐 창피했는데…. 남편의 뜻을 알고 난 뒤로 함께 폐품을 수집하러 다녔어요.”
노부부의 뜻을 알지 못한 이웃의 시선은 따가웠다.
“살 만한 집에서 폐품까지 긁어모은다며 손가락질하는 이도 있었지.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연말에는 폐품을 팔아 모은 돈을 성금으로 내놨다. 건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2년부터는 폐품을 팔아 받은 돈 1000~5000원을 날마다 은행에 저금했다. 5년간 모은 돈이 1000만원. 2007년초 1000만원을 성금으로 내놓자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자발적으로 폐지와 재활용품을 모아 노부부에게 전달했다. 주민들의 도움을 보태 3년 만에 10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몸도 좋아지고 가난한 이웃도 도울 수 있으니, 폐품 모으기를 계속할 생각이오.”
진해시 관계자는 13일 “노부부는 경제형편이 좋지 않은 자녀에게 ‘도와주면 의지가 약해진다’며 금전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분들”이라며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이웃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기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