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오사카 도로처럼 만들어보자

도로에서 물벼락 맞은 사연

 부산에서 살 때의 일입니다. 도로변에 고인 물을 치고 달리는 버스 때문에, 흙탕물 세례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외출복을 다 버리고 물벼락을 맞아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습니다. 천천히 들어와야 할 정류소 근처에서, 과속으로 들이닥치다가 생긴 일인데 버스는 도망치듯 가버렸습니다. 분명히 내가 당한 사고를 보았을 터인데도 사과의 말 한 마디 없이 달려가 버린 것입니다.

 시내버스 회사에 전화로 강력히 항의하고, 세탁비를 가지고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음 날 버스 기사가 고 찾아와 사과해서 주의만 주고 말았습니다. 다만 부산광역시 담당 부서에 전화로 사고 내용을 말하고, 현장 확인과 도로 보수를 요구하였습니다.

 다음 날 부산광역시 담당 직원 2명이 와서, 현장 확인과 내 요구 사항을 듣고 갔지요. 그로부터 며칠 내에 물고임을 해결하는 도로 보수공사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요. 그런데 왜 물 고이는 곳이 그리 많지요? 비가 온 후에는 길에서 걷기가 겁나지 않습니까? 물이 고이지 않는 좋은 도로를 만들 수는 없나요?

폭우가 내린 오사카의 도로

 다음은 2001년 3월, 일본 오사카볼런티어협회의 초청으로 일본에 갔다가 본 일입니다. 현장 방문 계획이 있는 둘째 날 오전에 폭우가 내려,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호텔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심하게 내리던 비는 오전 11시쯤 개었고, 그로부터 한 30여 분 후에 몇몇 사람이 갑갑증을 해소하고자 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습니다.

 호텔 앞은 한산하고 조용해서 산책을 하기에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우리 일행은 한 참 후에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가 걷던 길은 2차로였는데, 도로에 물이 고인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폭우나 비가 내리고 나면 2-3일은 도로 곳곳에서, 물 고인 것을 조심하지 않으면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사카에서는 폭우가 내리다 그친지 30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도로에 물 고인 곳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이 하수구로 다 빠져 나가버린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우리나라 도로와 오사카의 도로 격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도로면이 쪽 고르기도 하거니와 가운데는 약간 볼록하고 가장자리는 약간 낮아서, 하수구로 물이 잘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도로를 만들 때 설계를 그렇게 하였겠지요. 도로설계를 오사카는 물이 잘 빠지게 하고, 우리는 잘 안 빠지게 했을 리가 없습니다. 도로 공학상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니 우리가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평면 도로에 곳곳에 움푹움푹 파이고 높낮이가 생기게 설계를 할 리는 더욱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에서도 물이 고이는 곳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왜 오사카 도로와 우리나라 도로가 다를까요?
 그것은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아도 준공검사를 통과하고 돈을 받을 수 있으니, 아무렇게나 시공한 것 아니겠습니까? 담당 공무원들이 제대로 점검하고 철저하게 검사하면 어디 감히 그렇게 공사를 하겠습니까? 그 여행 중에 유심히 살펴 본 오사카의 도로는 거의 다 좋았습니다.

도로를 파고 자로 재는 준공검사

 한 대학 교수가 교환교수로 가서 본 것을 쓴 글을 읽었습니다. 학교에 가기 위해서 매일 버스를 타고 다녔다고 합니다. 사는 동네의 도로 재포장 공사를 하더랍니다. 기존 도로의 포장을 파내고, 다시 자갈을 깔고 다진 후에 포장을 하더랍니다. 날마다 아침저녁에 출퇴근을 하면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요. 일정한 공정에 따라 도로 재포장 공사는 잘 끝냈습니다.

 그리고 그 며칠 후에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날은 일이 없어서 산책을 나갔는데,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도로 여기저기를 꼼꼼하게 살펴보더랍니다. 그러더니 한 곳을 장비로 파서 아스팔트 포장 상태를 자로 재고, 더 파서 자갈을 묻고 다진 부분을 확인하고 또 자로 재는데 그 꼼꼼한 확인 절차가 감동적으로 보였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도로 준공검사를 그렇게 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작은 것 하나라도 바르게 할 때 선진국 될 수 있어

 도로공사 내용을 직접 파가면서 시방서대로 시공하였는지를 두께, 자갈 크기, 전체 높이를 자로 낱낱이 재가면서 검사하는 것을 보니,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남의 나라에서 본 것이지만, 그렇게 일 잘하는 공무원들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더랍니다.

 그 나라 사람들처럼 도로공사를 하면, 도로의 수명이 길고 노면이 고르며, 물이 잘 빠지는 좋은 도로가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술이나 공사 실력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반도체를 만들어 수출하고 온갖 과학 기술이 발전해 나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도로공사하나 제대로 못할 리가 없습니다. 다만 그 일을 하는 업자와 기술자, 감독하고 검사하는 공무원들의 의식 수준이나 투철한 사명감이 부족한 결과라고 보는 것입니다.

 물자가 풍부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다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크고 작은 공사간의 일을 바르게 하고, 성실하게 추진할 때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도로포장 공사를 마친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부풀고 움푹 파인 곳이 보이거든 재공사를 요청해야 합니다. 도로에 물이 잘 안 빠지고 평면 포장을 하였거든, 물이 잘 빠지는 약간 볼록 포장을 요구해야 합니다. 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만드는 우리가 도로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바르게, 제대로 해 나갈 때 우리의 삶의 터전이 좋아질 것입니다.

 선진 외국에 나가는 그 많은 국회의원들과 지방의원들께서는 오사카에서 본 것이나, 교환교수가 보고 온 그런 것을 왜 못 보고 오지요? 보고 와서 공무원들이 그대로 실천하게 만들면 여행경비를 빼고도 남고, 매년 나간다고 해도 좋을텐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 www.happy.or.kr에도 게재합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2010. 11. 2. 조점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