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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27. 나는 나무 대통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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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조점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95.11) 작성일11-01-12 23:33 조회4,7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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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 대통령입니다

나는 우리집에 있는 나무들의 대통령입니다. 내가 우리 집에 있는 나무들의 대통령이 된 것은 전적으로 내 마음대로입니다. 나무들이 투표로 나를 뽑아 준 것은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 대통령에 취임하였습니다. 나무들이 웃건 말건 나는 우리 집에 있는 나무들의 대통령이고, 나무들은 나한테 꼼짝 못하니 강력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서 이런저런 사회활동을 하다가 산촌으로, 아니 오지로 귀촌하였습니다. 돈을 많이 모아 놓지도 못하였고, 빠듯한 형편으로 귀촌을 결심하였더니 여러 가지로 쪼들렸습니다.

 땅을 구입하고 집을 지을 때도 처음에는 황토 집에서 목조 집으로, 다시 지금의 경량 철구조로 짓게 되었습니다. 대지 200여 평에 집을 건축하고 나머지 땅은 자연 그대로 두기로 하였습니다. 가급적 땅에 장비를 들이대지 않겠다는 거였습니다. 땅을 자연스럽게 두고 살겠다는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우리 집 주변에 토목공사가 벌어졌습니다. 땅을 사놓은 분들이 택지 조성공사를 벌인 것입니다. 그 바람에 우리 집터도 손을 보게 됐고, 달랑 감나무 두 그루만 남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음해 봄부터 대대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무도 사다가 심는 게 아니라, 산에서 캐오거나 이웃집에서 얻어다 심었습니다. 겨우 몇 그루만 사다가 심고, 대부분의 나무를 얻어다가 심었지요.

 나무들은 잘 자라는 속성수가 있는가 하면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려터진 나무도 있습니다. 모과나무나 자귀나무, 벽오동나무는 눈에 보일 정도로 잘 자랍니다. 반면에 소나무나 만리향 나무는 갑갑할 정도로 자라는 게 늦습니다.

 지금 우리 집에는 대략 70여 종의 나무들이 있습니다. 숲속의 집으로 만들겠다고 꽃나무나 과일나무, 정원수를 골고루 구해다가 심었습니다. 우리 집에 심은 나무 중에서 소나무 몇 그루를 제외하고는 다 잘 살고, 잘 자라고 있습니다.

 울창한 숲속의 집으로 만들려면 많은 나무를 심어야했고, 심은 나무를 돌보면서 가꾸다 보면 나무 대통령 같은 짓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나무 대통령으로 취임을 한 것입니다.

 명색이 대통령인데 나무를 돌볼 때 몇 가지 원칙을 세워서 지키려고 하였습니다. 잘 자라는 나무는 그대로 두거나 너무 웃자라면 가지치기를 합니다. 너무 늦자라거나 더딘 나무는 퇴비를 주거나 주변의 잡초를 뽑아 주면서 잘 자라게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 이치에 맞고 도리에 맞습니다. 부자들은 가만 두어도 스스로 더 부자가 될 수 있고, 알아서 잘 살아갑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잘 살아갈 재주가 없으니까 나라에서 도와주고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나무도 그렇게 다룹니다. 잘 자라는 나무는 가지를 쳐서 높이를 조절하고, 늦자라는 나무는 퇴비도 주고 잡초를 뽑아서 잘 자라도록 도와  주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대통령이라면 부자들한테는 세금을 좀 더 받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하루 빨리 잘 살 수 있는 지원정책을 펴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최소한 그래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좋은 나무라고 심었는데, 아니다 싶은 나무는 과감히 캐내는 것입니다. 처음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꼭 필요한 나무를, 제자리에 심는 게 잘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무를 심다가 보면 실수를 합니다. 좋은 나무라고 판단하여 심었지만 주변의 나무들과 어울리지 않거나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캐내거나 잘라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정원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전원주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라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당치도 않은 자리에 어울리지도 않는 사람을 임명하면, 나라꼴이 엉망이 되는 것입니다. 불과 수백 평밖에 안 되는 전원주택도 그렇게 나무를 심고 가꾸고 원칙에 따라서 관리합니다. 그런데 사람들 사회나 나라는 어떻겠습니까? 똑 같습니다.

 나라일은 잘 하면 보통이고, 잘못하면 망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 잘 맞는 나무를 골라다 심듯이, 나라의 중요한 자리에도 그 자리에 잘 맞는 사람, 능력이 출중하고 제구실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잘 골라서 앉혀야 하는 것입니다.

 나처럼 겨우 나무 70여 그루의 나무 대통령을 하거나, 높은 자리에서 일하는 대통령도 똑 같은 자세와 원칙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모과차를 좋아한다고 모과나무만 많이 심어 놓으면, 나중에 처치곤란이고 부작용이 생기는 것입니다. 나무 한 가지를 심어서 관리하는데도, 다양한 나무를 위치와 계절에 따라 크기와 모양까지 고려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물며 나라를 위한다고 온갖 아양방귀를 다 뀌고 당선되었으면, 나라 일을 나라 일답게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마땅한 의무인 것입니다.

 마치 향우회 하듯, 교우회 하듯, 친목계 하듯, 집안 잔치하듯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높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고, 골목대장이나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짓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의 성격과 특성, 기관의 구실과 현안을 살핀 후에, 인물을 고르고 골라서 박수 받을 만한 일꾼을 내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평균 수준의 인물보다도 한참 모자라는 무녀리 같은 사람을 찾아다 내 놓으면 될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자꾸 그러면 짜증나고 회초리 맞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때도 산을 헤매고 나무시장을 찾아다니다가 쓸 만한 것을 골라서 구해옵니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만 심거나, 모양이 좋은 것만 심으면 좋은 정원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을 생각해서, 나무의 모양과 특성, 꽃과 열매, 크기와 잎까지 고려해서 심고 가꿔야 합니다. 겨울에도 싱싱한 상록수를 보려면 소나무나 만리향 나무를 심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물며 사람을 골라서 나랏일을 시킬 때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참으로 답답합니다. 어떻게 못해도 저렇게 못할까 싶습니다.

 나무 대통령을 하는 데도 이렇게 생각과 판단, 고려할 게 많습니다. 잘 하려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나랏일이야 더 말할 게 없습니다. 며칠 전에 몇 사람들이 모여서 한담을 하듯 대화중에 나온 말입니다. 공적인 일을 사적인 일 하듯 하는 사람 때문에 큰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 마디 하고 싶다더군요.
"이기 다 니끼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 www.happy.or.kr게재합니다. 오마이뉴스에 투고 기사 201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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