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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28. 어느 참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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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조점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95.11) 작성일11-01-30 07:27 조회4,6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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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참 좋은 날

 며칠 전에 고향 임실에 다녀왔습니다.
 일 년에 두 세 번 가는 고향길이지만 이번 여행은 참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도 싫었던 눈길도 밟아 보고, 고향 사람들 소식도 잘 들었습니다. 늘 고샅길에서 마주치고 함께 산에 올라 나무를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고향 떠난 지 오래됐다고 이제는 잊혀져가는 사람이 되었네요. 세상 하직 길에 함께 하지도 못하는.

 밤새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잠을 잤습니다. 밖에 나와 보니 밤사이 눈이 내렸고, 추위가 대단합니다. 서둘러 자동차 시동을 걸어 보았습니다. 다행히 시동은 단번에 걸렸습니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서두른 것은 임실 성당에서 미사참례를 하고 밀양 집으로 가려는 것이었지요. 눈길을 조심조심 달렸습니다. 십여 년 전에 눈길을 달리는데, 미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우리 가족이 탄 자동차가 도로에서 180도로 돌아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리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눈길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지요. 천천히 조심조심 운전하겠다고 서둘렀는데, 의외로 자동차가 잘 달려서 임실읍내에 너무 일찍 들어 와버렸습니다. 10시 30분 미사 시작까지는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원까지 가서 남원의 한 성당에서 미사참례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밀양까지 가려면 조금이라도 더 가는 게 좋다는 생각도 하였지요. 그뿐만 아니라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도 떠올랐습니다.

"여드레 팔십 리도 당겨 놓고 봐라. 그것도 첫 날에 삼십 리를 간단다."

 아내와 나는 남원의 성당에 가서 미사참례를 하기로 눈빛을 교환하고 다시 남원으로 달렸습니다. 남원에는 두 개의 성당이 있는데, 마침 도통동 성당이 떠올라서 그리 갔습니다. 미사 시작 15분전이네요. 적당한 시각에 도착하였습니다. 모든 모임에는 아무리 늦어도 시작 시각 10분전까지는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고 믿고 실천해 왔습니다. 이른바 10분 전 운동이라고 부르면서. 모임에 늦게 와서 일찍 가는 사람이 제일 밉지요.
 성전에 들어가니 자주 못 보던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새 사제의 첫 미사가 있답니다.(이런 기쁜 일이 생기다니.)

 천주교 신자들은 새 사제와 첫 미사를 함께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도통동성당 출신 첫 사제가 났고, 오늘 그 첫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니 얼마나 좋은 날입니까?

 젊잖아 보이는 주임신부님께서는 옆에 서 계시고, 새 사제는 실수나 흐트러짐 없이 주일 교중미사를 잘 집전해 나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햇병아리 같은 새 신부지만, 오랫동안 공부하고 수련하여 갈고 닦은 실력을 첫선 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새 사제는 첫 미사를 무난하게 아니 능숙하게 봉헌하였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평생 노력해야

 이어서 간단한 축하식을 하였고, 50년 동안이나 레지오마리애 활동을 하신 노부부에게 전주교구장님의 공로패 전달까지 이어졌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어른이었습니다. 매주 모이는 레지오마리애를 부부가 50년이나 하였다니.

 거의 모든 순서가 끝나갈 무렵에 주임신부님께서 마이크를 잡으셨습니다. 새 사제를 칭찬하고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다음과 같은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부부가 50년을 살아도 완전한 부부가 되지 못하지요. 완전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 나가는 것입니다. 나도 사제가 된지 오래 되었지만 참 사제가 아직 못됐어요. 참 사제가 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 가는 중입니다. 여러분도 각자 더 좋은 자기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 나가기 바랍니다."

 아마 새 사제가 첫 미사를 봉헌하는 날이라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을 것입니다. 젊은 남녀가 사랑을 하고 혼례식을 치르면 부부가 된 걸로 압니다. 나이가 한 20세가 되면 어른이 된 걸고 착각하듯이.

 그러나 지금부터 완전한 부부, 참된 사제, 바른 사람이 되려고 계속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행운의 날이 분명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 천지의 은세상이 아름다웠고, 자동차는 시동이 단번에 잘 걸렸고, 눈길을 달리는 데 한 번도 위험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남원까지 와서 새 사제 첫 미사에 동참하게 되었고, 주임신부님께서는 귀한 말씀까지 들려주시니 행운의 날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진주온면은 참 좋은 영양식

 좋은 날 좋은 일이 겹치기로 이어졌습니다.
 남원 도통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또 서둘러 달렸습니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진주의 온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았지요. 이왕이면 가는 길이니 진주에 들려서 진주 온면을 맛보기로 하였습니다.

나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디에 가서 좋은 것을 보고 오면 나중에 아내를 데리고 갔습니다. 맛있는 음식이나 토속음식을 먹었을 때는 아내에게도 그 맛을 보여 주었습니다. 젊어서 만나 가난을 함께 겪으면서 살아 온 부부의 삶이 그래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자잘한 재미와 기쁨을 함께 맛보면서 행복하게 살아 왔다고 자부합니다.

 "진주온면"은 진주시 봉곡동 서부시장 비좁은 골목 안에 있었습니다. 일요일 오후 2시가 지나가는 시각인데도, 손님들은 홀 안에 가득차서 냉면과 온면을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도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습니다. 간판은 냉면집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온면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이 집은 냉면으로 유명한 식당 같았습니다. 온면보다는 냉면을 주문해서 먹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냉면은 다음에 먹어 보기로 하고 온면을 주문하였습니다.

 온면은 열 몇 가지의 고명이 올려져 있고 따뜻하고 맛이 좋았습니다. 영양가도 골고루 배려한 것 같았습니다. 임실에서 진주까지 달려 와서 늦은 점심으로 먹기 때문에 시장기가 있었다고 하여도, 온면은 정말 참 맛이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해 주어야겠다고 명함을 몇 장 들고 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매우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눈 구경, 맛있는 음식, 훌륭한 말씀까지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도 참 좋은 부부,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홈페이지 happy.or.kr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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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부산 이야기 3-4월호 기사 no_profile 조점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6-06-13 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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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답변글 [re] 힘있고 끝없는 정열을 가지신 조점동 no_profile 조점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6-05-08 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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