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초를 들고 오신 할머니와 봉투 > 산촌 일기

산초를 들고 오신 할머니와 봉투

2007년 6월에 이 동네로 이사왔습니다.
그해 가을에 먹은 감이, 그 이전에 먹은 총량보다 더 많이 먹었다고 한 일이 있습니다. 2007년 가을이 되기 전까지 먹은 단감 보다더 많은 감을 한 해 가을에 먹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감나무가 있는 집은 누구네 집을 가던 따서 주면서 먹으라 하지요. 수확기에는 감상자를 갖다 주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많이도 먹었습니다.

그 다음 해 봄이면 봄나물, 두릅, 햅쑥, 미나리, 취나물, 고사리 같은 산동네 나물을 많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두릅이나 머위(머위는 봄에 막 새싹을 밀고 나오는 놈을 캐다가 무쳐 먹으면 그 맛이라니)도 그 이전에 먹었던 것 보다 더 많이 먹었습니다. 우리가 캐다가 먹은 것도 있지만 동네 할머니가 갖다 주는 것도 많았습니다.

홀몸노인으로 몇 분이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 역전댁이 택호인 할머니는 금년 85세지요. 건강하고 잘 지냅니다. 매년 고사리나 머위대, 두릅을 갖다 주신 분입니다.
그제 저녁 무렵에도 건너편 동네쪽을 바라 보니 역전댁께서 늘 앉아서 쉬던 곳을 지나쳐 내려 가더군요.

나중에 보니 우리 집으로 오신 것입니다.
손에 무얼 들고.
내미는 것을 보니 산초입니다.
고향에서도 산초를 따서 기름을 짜기도 했고, 그 기름으로 한과를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산초는 추어탕집에 꼭 필요한 양념이지요.

우리동네에 산초나무가 제법 있습니다.
부산에서 산초 주문이 들어 오면 따서 보내기도 합니다.
그 산초를 따서 우리 먹으라고 가지고 오신 것입니다.
그 전날 밀양의 안과에 간다기에 가는 길에 태워 주었고, 그날은 오는 길에 타고 오셨습니다.
그 고마움을 이런 선물로 들고 오신 것입니다.
기꺼이 받았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어제는 종남가든 옥자씨가 돈 30,000원을 들고 왔습니다. 옥자씨는 우리 동네에서 종남가든을 하는 올해 67세인 아주머니지요. 몇 달 전에 수산에 한번 다녀왔고, 며칠 전에 종남가든에 오는 할머니 단체를 한번 태워 준 일이 있는데, 기름값이라고 들고 온 것입니다.
안 받았지요. 차 한번 태워주고 무슨 돈을 받아요.

우리 동네에서는 자기가 가진 것으로 나누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밀양에 오갈 때 걷는 노인이 보이면 태워 드립니다. 이 더위에 길을 걷는 것이 얼마나 힘듭니까?

이 산촌에서는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면서 인정을 주고 받습니다. 

2010.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