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자라는 나무들 > 산촌 일기

우리 집에서 자라는 나무들

 우리가 작년 6월 1일에 이곳 남동마을로 이사 온 직후에 심은 나무는 별로 없었습니다. 나무를 심는 계절도 지났고 집터나 텃밭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상태였지요. 찾아오는 분들이 심으라고 준 것이나, 집에서 화분에 심어 감상하던 것을 주면 심는 정도 였습니다. 이때 심은 것은 장미, 뽕나무, 만리향, 철쭉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에 텃밭과 정원을 분리하고 정원석 몇 개를 쌓아서 제법 전원주택 같은 모양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심을 자리는 있는데 나무가 없는 거였지요. 그러다가 하나 둘 구해다 심은 게 제법 늘었습니다. 오늘도 조수부 씨 댁에서 준 대추나무를 심었습니다.  어제는 부산에 갔다가 오면서 조수부 씨 댁에 들렀더니 무화과나무를 주어서 심었는데, 오늘은 대추나무를 준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관 앞에 장미덩굴을 올리기 위한 아취 모양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하니 쇠파이프를 주어서 설치 작업을 했습니다.

 현재 심어 놓은 나무의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상용으로는 소나무, 자귀나무, 목련꽃나무, 수수꽃다리, 진달래, 개나리, 벽오동, 장미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약용나무로는 접골목, 산사자나무, 산수유, 석류나무, 꾸지뽕나무, 왕보리수가 있고, 유실수로는 대추나무, 모과나무, 앵두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은행나무, 호두나무가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나무는 단감나무와 대봉감나무 한 그루씩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나무를 심었고 앞으로도 계속 구해다 심을 예정입니다. 20여 중의 나무를 심었지만 구입해서 심은 것은 얼마 안 되고 대분은 동네 사람들이나 아는 분들이 주어서 얻어다가 심은 것입니다.

 요사이는 정원이나 텃밭에 심어 놓은 나무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일과 중에 하나입니다. 어떤 나무는 싹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날마다 달라집니다. 어제 그제는 날씨가 상당히 따뜻했는데 화루 사이에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접골목이 좋다기에 산에서 캐다가  두 그루를 심고 가지를 꺾어다 꽂아 놓았는데, 다 살아 있습니다. 나무를 캐 온 것은 싹이 돋기 시작했고, 가지를 꺾어다 꽂아 놓은 것도 잎을 틔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나무의 봄맞이 움직임은 신비롭기 그지없습니다.

 20여 종류의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하면 우리 정원은 나무숲이 될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 적당히 익어가는 과일을 맛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놀러 와서 하는 말이 너무 총총 심었다고 걱정을 합니다. 밀식해 놓으면 몇 년 지나지 않아서 나무들이 서로 부대낀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걱정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많은 사람들한테 얻어다 심었듯이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캐다 심어 주거나 나눠 주면 좋을 것입니다. 아무튼 지금은 좋은 나무가 보이거나 생기면 이곳  저곳에 열심히 심어 놓을 것입니다.
 지금 나와 아내는 나무 심느라고 바쁘게 보냅니다.

2008.  3.  13. 나눔재단 창립 3주년 기념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