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 산촌 일기

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제목은 오늘 빌려다 읽은 이대우 씨의 책 이름입니다.
수요일 낮미사를 마치고 아내의 발 치료를 위해서 한솔병원에 다녀 왔습니다. 오늘 길에 두 곳에 들렸는데, 도서관과 탑마트입니다.
밀양 시립도서관에 들렸는데, 아내도 아픈 발을 끌고 올라오더군요.

대출실은 2층이거든요.
나는 제목의 책과 황대권 씨의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 하지 않는다>와 <희망가게>를 빌렸습니다.
아내는 <메밀꽃 필 무렵>, <아카시아>, <도를 찾아 떠난 고양이>를 골랐습니다.

오다가 탑마트에서 멸치와 오징어를 사더군요. 오징어는 낙지볶음처럼 고추장을 팍팍 넣어서 매웁게 볶음을 만들면 먹을 만 합니다. 아마 그 재료로 샀을거예요.

그 길로 집으로 왔습니다.
오늘 미사 때 주임신부님께서 광주의 선배 신부한테서 문자가 왔는데, 겨울 눈이 많이 왔다는군요. 우리 밀양은 눈도 안 오고 날씨도 좋은 편인데요. 약간 쌀쌀한 느낌 말고는.

오늘 아침에 묵주기도를 하면서 종남산 집 짓는데로 올라가는데, 기온차이를 실감하였습니다. 아침 8시경인데, 고도상 우리 집보다 약 20-30미터 정도 높은 동우 씨네 집쪽으로 접어들자 더 차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꼈거든요. 우리가 모르는 산 아래와 중턱, 더 높은 곳이 더 춥고 차다는 것을 알았지요.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우리 부부는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에 눈이 갔고, 독서를 시작하게 됐지요. 아내는 도를 찾아 떠난 고양이를 읽어 버렸습니다. 앙리 브뤼넬이 쓰고 임희근이라는 분이 번역한 책인데, 일종의 선에 관한 책이지 싶어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나도 한번 읽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나는 이대우 씨(5.16때 검찰총장의 둘째 아들)의 위 책을 읽는데, 평양에서 태어난 저자가 서울에 살면서 서울법대를 나왔고, 10여 년 전에 강원도 봉평,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의 한 계곡으고 귀촌하여 새 집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새 집을 만들어 전시회를 하였다니 처음 듣는 이야깁니다. 온갖 모양으로 새 집을 만들어 500여개를 만들었답니다.

좋은 목공 공구를 갖추고 집안에 필요한 것은 다 만든다고 합니다. 산에서 사는 새들의 집을 만들어 전시회를 할 정도니, 생각의 한계를 뛰어 넘습니다.
이대우 씨도 책 읽기를 좋아하고 열심히 많이 읽은 모양입니다.

우리 집에도 새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2009년에는 우리 집 우체통에 새가 집을 짓고 새끼를 까서 나갔습니다. 나는 미처 생각도 못했지요. 우체통 안에 나무 조각이나 섶을 물어다가 둥우리를 만들고 알을 낳아 깔 줄은.

금년에는 몸채 동네 쪽에 쌓아 둔 통나무 데미 틈에 집을 짓고 새끼를 깐 것입니다. 우리가 잘 돌보아 주었지요. 지나다닐 때도 조심하고. 우체통에는 한 동안 우편물을 못 넣게 하기까지.

그뿐입니까?
우리 집 뒤의 달아 낸 곳의 철제 기둥위에서 놀다가 새가 철기둥 속으로 빠진 것입니다. 둥우리 할 만한 장소를 찾아 다니다가 그랬겠지요. 그대로 두면 죽을 수 밖에 없지요.
아내와 둘이 한참 작업을 해서 새를 내 보내 주었습니다.
철기둥 아래 부분의 콘크리트를 망치로 깨서 새가 나갈 만큼의 틈을 만들었지요.

저녁에는 보일러에 나무를 적당히 때서 따뜻하게 해 놓고 책을 읽었습니다. 참 좋은 겨울 밤의 독서였지요.

2010.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