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과 밤 줍기 > 산촌 일기

사진 - 두 그릇 중 위의 밤은 내가 주은 밤이고 아래 그릇은 아내가 주은 밤.

등산과 밤 줍기

 오늘은 2008년 9월 27일 토요일!
 아침 6시 20분에 출발하여 종남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내와 함께. 나 혼자 올라가게 되면 묵주기도를 합니다. 요사이 관심사인 예림성당의 신자들을 위해서, 곧 외국으로 교포사목을 떠나시게 된 주임신부님을 위해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남산공소 신축을 위해서, 우리 가족들과 친지들을 위해서 묵주기도를 합니다. 대개 환희의 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빛의 신비를 순서대로 하다 보면 종남산 중턱 정자와 운동기구 있는 데 까지 다녀 올 시간이 됩니다. 약 1시간 20분에서 30분 정도.

 아내와 함께 가면 묵주기도를 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하느님께서 알아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묵주기도를 하지 못하더라도 아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멀리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둘러보면서 걷는 것도 곱게 봐 주실 거라고. 산길을 걷다 보면 온갖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듣습니다. 일찍 일어난 산 동물들의 활동도 만나게 됩니다. 청설모의 재빠른 나무타기와 다람쥐의 귀여운 몸놀림을 바라보면 자연의 경이를 느낍니다. 어쩌다가 안개의 흐름을 바라보면 이것은 대자연의 산수화 그리기에 넋을 잃기도 합니다.

 오늘은 아내가 자꾸 뒤로 쳐집니다. 올라가다가 보면 뒤에서 무얼 자꾸 줍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그러더니만 오늘도 산밤과 도토리를 줍고 있습니다. 우리가 올라가는 길은 종남산을 차로 오를 수 있는 임도(林道)가 큰 S자로 닦여 있습니다. 자연히 임도 좌우로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지요. 중간 몇 곳에는 길가에 밤나무와 도토리나무가 있어서 길에 떨어져 있습니다. 나는 저 만치 가다가 기다리고 가다가 기다렸는데, 내려 올 때는 나도 모르게 밤을 줍게 되었습니다. 미덕사라는 작은 암자 내려가는 길 초입에 밤나무가 있고 그 아래에 밤톨이 여기저기 보였기 때문입니다.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아, 참 재미있었습니다. 길이 좋아서 맨발에 흰 고무신을 신고 등산을 다니는데, 오늘만큼은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었더라면 좋았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에 얇은 고무신을 신고 등산하는 발의 감촉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날씨가 추워지면 할 수 없이 양말을 신고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어야겠지만.

 아내와 내기 하듯 줍는 밤은 어느덧 바지 두 주머니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길을 걸으니 양쪽 바지 주머니가 좌우로 흔들렸습니다. 제법 많이 주운 밤을 집에 와서 그릇에 담아보니 제법 많았습니다. 오늘은 딸이 온다했으니 쪄서 함께 나눠 먹을 까 합니다.
 이런 것이 산촌에 사는 즐거움이고 아내와 함께 하는 등산의 기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산에 다녀오니 7시 50분! 바삐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두 달째 밀양에 있는 명성정형외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여 치료를 받는 환자를 데리고 다닙니다. 우리 남산공소 신자 한분이 일을 하다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금은 물리치료를 다니고 있는데 자동차가 없어서 내가 대신 데리고 다니는 것이지요.

2008.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