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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며느리 유공주 이야기

  나는 단 한명의 며느리를 두고 있습니다.
  아들이 하나뿐이니 며느리도 하나인 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다른 사람은 아들이 둘이라도 며느리가 아직 없는 사람도 있지요. 우리 동네에도 딸 넷에 아들 둘을 두었는데, 아직 며느리를 보지 못한 할머니 한분이 살고 있습니다.

  아무튼 나는 2001년 5월 13일에 며느리를 보았습니다. 아들이 키타를 잘 치는데, 성당 청년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같은 성가대원이었던 후배를 사귀어 혼배미사를 올렸습니다. 사실 며느리는 같은 나이의 딸과 주일학교 동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너무나 잘 아는 사이이지요. 며느리가 누군지 아직 모를 때 딸아이가 가끔 지네 친구들 이야기를 하다가 “공주는 어떻고 저떻고 한다.”는 말을 들었었습니다. 딸의 말 취지는 친구들 중에 제일 착한 애는 공주고 누구는 어떻고 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소문이 나기를 그 공주와 아들이 가까이 사귄 다네요.

  그래서 대체 “공주”가 누군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애들이 모여서 연습을 하다는 곳으로 우리 내외가 귤 한 봉지를 사서 들고 찾아간 일이 있습니다. 사귄다는 소문만 들은 상태라 딱히 할 말도 없고 분위기만 알고 왔지요. 그 후 몇 년이 지나서 공주가 우리 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가족이 된 것입니다. 며느리 공주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홀어머니와 언니 오빠랑 살아 왔는데, 참으로 착한 사람입니다.

 내 아내는 금년에 35년 반째 나랑 살고 있습니다. 참 좋은 사람입니다. 심성이 착하고 성실하며 반듯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들한테 늘 하던 말이 “너, 나 같은 여자 만날 줄 아니? 어림도 없다!”였습니다. 비교적 고분고분하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자기주장 안 하면서 좋은 가정을 만드는 그런 여자라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다른 말로는 좋은 여자가 잘 없으니 그런 여자하고도 살 수 있는 능력을 길러라! 이런 것이었겠지요. 지금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들은 나보다도 더 착한 여자를 만나서 다행이다.”라고.   

  말이 났으니 말인데 참으로 착한 며느리입니다. 우리 가족이 된지 어언 7년 반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불화한번 없었고, 늘 착한 언행을 합니다. 아기자기하고, 생글생글하고, 애교 덩어리는 아니지만 진중하고 소박하며 규모 있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부지런하고 가족의 도리를 다하는 사람입니다. 여상에서 졸업반 때 서울 여의도 아시아자동차에 단독으로 면접을 보아 합격해서 지금까지 10여 년을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는 유능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혼인을 앞두고 고등학교만 나왔다는 것에 대하여 말을 한 일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상관없다!”였습니다. 사람 좋으면 그만이지! 라고 했지요. 부산 망미동 산 중턱에 있는 부산여상을 졸업했지요. 그 때 아주 어렵게 네 식구가 살아갔다고 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에 진학도 하는데, 며느리는 대학 입학은 생각도 못하고 취업전선에 뛰어 든 셈입니다. 학교에서 추천해 주어 아시아자동차(지금은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답니다. 기회가 되면 공부하면 되지! 딸한테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며느리가 몇 차례 대학 진학을 하려고 노력했답니다. 그런데 무슨 사정으로 잘 안되었다 네요. 사실은 내가 속으로 대학에 갈 수 있게 해 봐야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가족이 된지 2년이 지난 어느날 우리 집에 와서 보육교사 교육을 받고 싶어 하더라고요. 이때다 싶어서 야간 대학을 권유했지요. 힘들지만 대학으로 생각해 보라고. 저의들이 의논하더니 대학으로 결심을 하더군요. 며느리는 직장이 너무 멀어서 학교에서 서류는 내가 떼 오기로 했지요. 처음으로 며느리가 단발머리를 하고 3년간이나 올라 다녔을 부산여상을 찾아 갔지요. 졸업증명서를 받아들고 전교 석차를 한번 보았지요. 전교 5등! 아니 이런 실력으로 대학을 못 갔으니 얼마나 아쉽고 안타까웠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부산여대 아동미술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니까 며느리라 그렇게 쓴다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내친김에 더 나간다고 방송통신대학에 편입학을 해서 지금 졸업반이 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에는 학업을 잘 견뎌낸 며느리가 자랑스럽습니다.

  어제 오전에 아들 부부가 왔다가 오늘 오후에 부산으로 갔습니다. 한 달 만에 왔지요. 아들이 키타 연주를 하는데 그동안 몇 곳에서 함께 하느라고 못 왔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한결 같은 마음으로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내와 함께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딸도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만 하면 성공한 가정이 될 것 같은데, 그날이 언제일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부모들의 한결 같은 기대는 자식들이 좋은 배필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2008.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