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영 씨의 편지를 받고 > 산촌 일기

서지영 씨의 편지를 받고

 서지영 씨는 부산에서 나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할 때 함께 일했던 직원입니다. 검찰청에 근무하는 남편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잘 살고 있는 사람이지요. 함께 근무하다가 어느 날 나는 떠나오고 그는 남았으나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내온 편지는 이렇습니다. 차분하고 바르게 썼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원장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건강히 잘 지내시죠?

저는 회사랑 집에서 인터넷이 안 되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안부인사가 늦었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사모님께도 뵙고 싶다고 안부인사 전해주세요.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지난 12월에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
식도암판정으로 현재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으니, 신경 쓰이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원장님께서도 미리미리 검진 받으시고, 건강관리 잘 하세요.

그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구요.
또, 안부전하겠습니다.

부산에서 서지영 안부전합니다.

이렇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서지영 씨네!

참 반갑네요. 오랫만이구요. 남편이랑 아이랑 잘 지내죠? 잘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이곳 산속 동네는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제법 차지만 견딜만해요.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좋은 데로 왔나싶어요. 틈틈이 산에 가서 나무하고 불을 때서 따뜻하게 살아요. 나무꾼이 된 거지요.
성당 일로, 이런 저런 일로제법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친정아버지께서 건강이 안 좋으시다니요?
세상 살아보니 건강이 제일이고 다음이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네요. 수술을 앞두고 있으니 걱정이 많겠네요.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기도하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래요. 가족이나 배우자가 아파도 대신해 줄 수가 없으니.
반으로 나눠서 할 수만 있다면 싶을 때도 있잖아요.
그것조차도 안돼요.

만날 때마다 밝은 인상으로 위로해 드리고, 건강해질 것이라는 확신을 드리도록 해 봐요. 나도 잊지 않고 기도할게요.
꼭 건강해지고 더욱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잊지 않고 메일 보내줘서 반갑고 고맙네요.
한때 이런저런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잊혀져 가는 것은 섭섭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지요.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니.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어요.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이치지요.

어쩌던지 남편이랑 아이랑 건강하고 날마다 웃으면서 알콩 달콩 살아가는 것이 최공개요. 그렇게 살아가세요. 가족은 영원한 내편이고 행복을 함께 누려야할 사람입니다.
남편에게 안부 전하세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아이에게도.
그래도 마음은 전해질 겁니다.

집 사람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들과 며느리도 수요일에 왔다가 토요일에 갔고, 라경이는 오늘 아침에 갔네요. 딸은 거의 매주 와요. 나도 이 동네에 정이 들어 잘 지냅니다. 동네 사람들과 잘 지내고.
벌써 3년째네요. 따뜻하고 꽃 피는 봄에 신랑이랑 한번 다녀가세요. 밀양시내에 가서 맛있는 것 사 먹고 놀다 가면 좋을 거예요. 그럼 이만.

날마다 행복하고 웃으면서 지내세요.
이 밤, 밖에 나가보니 별빛이 쏟아지네요. 별이 참 많기도 해요.
저 별들이 지영씨네 가족을 지켜 줄 것입니다.
아버지의 건강도. 믿으세요. 굳게 믿으세요.

밀양 종남산 산동네에서

2009. 1. 5. 늦은 밤에

조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