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제사와 가족 이야기 > 산촌 일기

부모님 제사와 가족 이야기

 지난 수요일(2009. 1. 7.)은 아버지와 어머니 제삿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1974년에 세상을 떠나셨고, 어머니는 1976년에 돌아가셨는데, 2년 전부터 맏형수의 간곡한 부탁으로 아버지 제삿날에 어머니와 함께 기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1900년 8월 26일(음력 이하 같음)에 이 세상에 오셔서 1974년 12월 13일에 세상을 떠나셨고, 어머니는 1912년 8월 1일에 오셔서 1976년 9월 3일에 아버지 곁으로 가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12월 12일, 어머니는 9월 2일에 제사를 모셨는데, 지금은 아버지 제삿날에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세상이 그런 추세라니 할 수가 없지요. 
 두 분은 가난한 살림살이에 온갖 고생을 다 하셨습니다. 맨 위에 누님을 시작으로 열 하나를 낳으셨는데, 다섯은 일찍 보내고 여섯이 살아서 세상살이를 했습니다.
 맨 위 누님과 자형은 몇 년 전에 이미 세상을 버렸습니다. 생질들이 전주 부산 익산 남원에 흩어져 살고 있지요.
 맏형님은 4년 전에 불의의 식중독 사고로 설날 오후에 우리 곁을 떠나가셨는데, 매년 마지막 날이 제삿날이라 딸 둘을 빼고는 아들 셋이 다 모이는 제삿날이 되었습니다. 조카들은 부산 울산 인천 사천 부안에 각자 살림터를 마련해서 살고 있지요. 형수님은 외롭게 고향의 생가를 지키고 있습니다.
 둘째 형님은 나와 한 띠 위로 올해 74세인데, 형수님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데, 창원 전주 광주 목포에 4남매가 살고 있습니다.     
 셋째 형님은 서울에 살고 있는데 올해 71세로 건강이 좋지 않아 침대를 잘(?) 지키고 있으니 형수님의 고생이 말이 아닙니다. 아들 둘에 딸이 하난데, 장남은 아직 혼인을 못했고, 둘째인 딸만 혼인을 했습니다. 다음 달에 작은 놈이 혼인을 한다고 들립니다.
 그 다음이 우린데 밀양 산골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귀촌 2년 만에 안정적인 살림살이를 하고 있네요. 아들은 며느리와 사이좋게 부산에서 살면서 직장생활 잘 하고 있고, 딸은 공무원으로 부산에서 작은 빌라에서 사는데 아직 혼잡니다.
 동생은 고향인 임실군 운암면의 면장인데 잘 살고 있지요. 아들 둘인데 장남은 의사고 작은 아들은 대학생으로 착하게 생겼지요.
 이번에 임실 고향에 갔다가 가족들을 챙겨보았더니 이렇더군요.
* 가족 현황
= 세상을 떠난 맏형님네 가족
(1) 장남인 양호네 부부와 딸 하나 아들 하나, 형수님까지 5명
(2) 차남인 태호네 부부와 딸 둘에 아들 하나까지 5명
(3) 장녀인 남예네 부부와 딸 하나 아들 하나까지 4명
(4) 삼남인 춘호네 부부와 아들 두 명에 딸 한명까지 5명
(5) 막내인 남순네 부부와 예쁜 채원이 까지 3명            이상 22명
= 임실 청웅에 살고 계신 둘째 형님네 가족
(1) 장남인 남호네 부부와 딸 하나와 아들 하나, 형님 내외까지 6명
(2) 차남인 원호네 부부와 딸 하나에 아들 하나까지 4명
(3) 장녀는 은영이네 부부와 아들 둘까지 4명
(4) 막내인 은숙이네 부부 2명                            이상 16명
= 서울에 살고 있는 셋째 형님네 가족
(1) 형님 내외와 아들 둘까지 4명
(2) 장녀인 순옥이네 부부 2명                              이상 6명
= 이번에는 우리 가족
(1) 우리 부부와 딸까지 3명
(2) 부산에 살고 있는 아들 부부 2명                        이상 5명
= 전주에 살면서 고향의 면장인 동생네 가족
(1) 동생 부부와 아들 둘까지 4명                          이상 4명
그러니까 누님 네(생질네)를 제외해도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아래로 53명의 가족이 만들어졌습니다. 2월 22일에 서울의 왕호가 혼인을 하면 54명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가족은 이렇게 많아도 제삿날에 참석한 사람은 달랑 7명이었습니다. 평일이라곤 해도 53명 중에 7명 참석은 조상님을 생각하는 후손들의 관심도가 떨어진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입니다. 고향 집을 지키는 형수님, 둘째 형님(형수님이랑 같이 오셨는데 건강이 안 좋은 목포의 은숙이가 와 집으로 돌아갔음), 우리 부부, 동생네 부부와 작은 아들 한길이 까지 7명인 것입니다. 다른 조카들이나 질부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제삿날이나 기억하고 있을까요? 
 사실은 나도 다음 날 일정 사정상 번갯불에 콩 볶듯이 제사를 지내고 곧바로 달려오고 말았습니다. 가족들과 같이 긴 밤을 보내면서 숨은 이야기, 잊혀졌던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한 것입니다.(목요일 오전 10시에 경남도청에서 “경상남도자원봉사강사뱅크” 회의가 있는데, 새벽 4시에 출발하지 않으면 회의 시각에 맞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아예 제사를 지내자마자 출발해서 온 것입니다. 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지만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죽으면 제사를 받아먹겠습니까?”라는 요즈음 노인들의 말씀이 실감나는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9. 1. 9.